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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쌀 한가마 태운 드론 택시, 처음으로 도심 상공 40m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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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12 10:30 조회8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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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비행체 안전 기준도 처음 마련
첫 시연이 중국산인 점은 아쉬워

"뛰, 뛰, 뛰, 뛰"

11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무대. 비행 중단 상태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자,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던 4대의 소형 드론이 비행을 멈추고 일제히 관제센터로 돌아갔다. 그 뒤로 "위이이잉" 소리와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동력비행체(eVTOL), 이른 바 ‘드론 택시’가 상공으로 떠올랐다. 높이 1.77m에 가로 5.6m, 세로 5.6m 크기의 드론 택시는 성인 2명이 탈 수 있는 유인 비행체다.

도심에서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비행체가 하늘을 날아오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별도의 활주로 없이 비행체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달려있는 프로펠러 16개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기체를 띄웠다. "위이이잉"하는 큰 소리가 나긴 했으나, 헬기가 이륙하는 소리보다는 조용했다. 이 비행체는 땅에서 발을 뗀지 약 30초 만에 36m 상공에서 이동을 시작했다. 날개 없이 프로펠러로만 시속 130㎞로 날아다녔기 때문에, ‘정말 빠르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이날 시험운행에 쓰인 비행체 EH216이 한강 방향을 향해 서있다/이민아 기자
이 비행체는 이날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드론배송·택시 등 도심항공교통 기술 현황에 대한 실증행사’에서 시연된 드론 택시다. 비행체로는 중국 ‘이항’의 이항216(EH216)이 시범 기체로 나섰다. 비행체 안에는 사람 대신 쌀 한가마(80㎏)가 놓였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관계자들은 "행사를 주재한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이 탔으면 더 이목을 끌었을 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수직으로 날아오른 비행체는 수평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체가 관람객들 가까이로 날아오자 "위이이잉" 소리가 강해지면서 순간 바람도 거세졌지만, 이 또한 헬기가 내는 무서운 수준의 바람은 아니었다. 비행체는 6분간 상공 36~40m 사이에서 오르내리면서 한강시민공원 일대를 두바퀴 돌며 4.5㎞ 경로를 소화했다. 비행체가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오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핵심은 중국산 비행체 아닌 K-관제 시스템

이날 실증 비행체로 하늘을 날았던 기종은 중국 제품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국내 도심을 처음 비행하는 제품이 국내 제조사의 제품이 아닌 것이 실증 행사의 오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인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출시 시점을 2028년, 2026년으로 내다보고 있어, 당장 실증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랑 국토부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은 "국내에서 유인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은 아직 제품 시험을 끝내지 않은 상태"라면서 "오늘 실증 행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드론 관제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드론 택시와 비행기, 배달용 소형 드론 등 다른 비행체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중앙에서 관제하는 한국의 드론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이날 시험운행에 쓰인 비행체 EH216 좌석에 쌀포대가 얹혀있다. 성인 남성 몸무게와 비슷한 80㎏짜리였다./이민아 기자
비행기의 항로가 겹쳐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공 관제 시스템이 존재하듯, 드론 등 무인 비행체에서도 관제 시스템은 중요한 요소다. 이번 드론 택시 시범 운영에는 LTE 네트워크가 사용됐다.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드론끼리 비행을 하다 사고가 날 우려가 있으므로, 각 드론의 비행 높이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충돌 사고를 방지했다"면서 "관제 센터에서 드론 택시가 하늘을 날기 시작할 때 울린 ‘뛰 뛰’ 경고음을 통해 순간 다른 드론들의 운행 중단을 요청하고,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도심에서 시연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산 비행기체 개발과 도심 내 착륙지점 발굴은 숙제

국토부는 지난 6월 4일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2025년 드론택시 최초 상용화 목표를 포함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시연한 드론택시가 UAM의 비행체다. 지상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하늘 길 출퇴근을 가능하게 할 수단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하늘로 떠오르고 있는 EH216./이민아 기자
문제는 국토부가 밝힌 드론 택시 최초 상용화 시점인 2025년까지 국내 제조사에서 비행체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승차 공유 회사 우버와 함께 기체를 개발 중인데, 2028년 상용화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6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시점이 맞지 않을 경우, 프랑스 떼제베(TGV)를 원형 그대로 들여온 1세대 KTX 이후 주요 부품을 국산화해 개발한 2세대 KTX와 같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두 회사가 각각 개발 중인 드론 택시는 시속 3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인천공항에서 여의도까지 약 15~2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인천공항과 여의도는 약 40㎞ 거리로, 초기 UAM 운행의 시범 노선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구간이다. 드론 택시의 운임은 상용화 초기에는 약 11만원 선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랑 담당관은 "운임이 비싼 도입 초기에는 구매력이 있는 공항행 수요로 시작해, 상용화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비행체 비용도 낮아지면 단거리 노선도 추가될 것"이라면서 "도심 교통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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